인생 최초의 기억이 내 삶에 주는 영향

June 05, 2023 · 2 mins read

“당신 생애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심리 치료를 할 때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하는 질문 중에 한 가지라고 합니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그 기억이 현재의 문제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인사이드아웃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핵심 기억이 어떤 기억인지에 따라 주인공 라일리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처럼 현실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월급 독립 프로젝트를 하면서 뭔가 일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 최초의 기억은 언제인지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담배 한 모금 뽁, 캑캑

4살 때의 일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집에 사진으로 남아있어서 4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이 있었고 저는 그 테이블 위에 앉아있었습니다. 당시의 제 아버지는 멀찌감치 서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고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서 입에 물었습니다. 불이 안 붙어있었으니 당연히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다 피우시고 재떨이를 제가 있던 테이블에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그런데 재떨이에 있는 담배에 아직 불이 붙어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저는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집어서 입에 물었습니다.

한 모금 들이켜자마자 기침을 엄청 해댔고, 괴로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것이 제 인생 최초의 기억입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일까요? 담배 연기를 극도로 싫어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20살이 넘어서 삶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간헐적으로 담배를 피웠고, 그렇게 수년간은 담배를 피웠다 안 피웠다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안 피우고 있고, 마지막으로 폈던 게 적어도 5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삶이 힘들다는 핑계로 담배를 피울 당시에도 담배 연기는 싫어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제 몸으로 직접 빨아들이는 건 괜찮았고,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담배 연기는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끊는다기보다는 중단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아무튼 담배에 대한 저의 최초의 기억이 지금의 저에게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끼워 맞추는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최초의 기억은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기억

여러분의 인생 최초의 기억은 어떤 기억인가요?

기억의 조각들을 찾다 보면 뭔가 내 삶의 퍼즐이 맞춰져 가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기억에 따라 여러분의 성격이나 앞으로 행하게 될 행동 등은 이미 답이 정해져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그 기억이 좋지 않은 기억일지라도 슬퍼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왜곡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나갈 것이냐입니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앞으로는 안락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들로 인생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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